(4일째) 런던 : 빌리 엘리엇 뮤지컬 관람
화장실도 해결하고 저녁 7시 30분에 예약해 놓은 빌리 엘리엇 공연을 보려고 템즈강을 떠났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 저녁도 먹을 겸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 앞에서 시내에서 자주 보이던 샌드위치 체인점이 있어서 들어갔다.
여행 날짜가 지날수록 일정을 소화하는 양이 늘어간다.
오늘은 아주 충실하게 여행을 한 편이다.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옆자리에 앉으라고 말씀을 하신다. 혼자 드시는 모습이 조금 안돼보였다.
깔끔한 저녁을 먹고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티켓을 찾으러 극장에 갔다.
서울에서 미리 예약을 해 둔 티켓.
아내는 맘마미아를 보자고 했고 아이들은 라이언 킹을 보자고 했었는데 아내의 지인들이
빌리 엘리엇이 좋다고 추천을 해서 이 뮤지컬을 선택했다.
무척 비싼 관람료 때문에 망설이긴 했는데 영화로 한번 보고 나니 가장 영국적인 뮤지컬 같아서 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인터넷에서 가족할인권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155파운드라는 거금을 결제했다.
무대에서 4번째 줄 R석 가운데 네 자리였는데 원래 1인당 80파운드였으니 절반 정도였던 셈.
예약번호를 보여주고 받은 티켓봉투는 두툼하다.
잉글랜드 북부지방 사투리로 공연하기 때문에 영국인들도 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평을 읽은 적이 있어서
한국에 있을 때 아이들과 영화로 몇 번 봤다. 한국 학생들이 제법 보인다.
영화보다 재미있었고, 주인공인 빌리와 친구인 마이클의 역을 맡은 어린 배우의 연기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장치도 우리나라와 다른 기발한 점도 보였고,
역시 시장이 크니까 기술과 연기력이 따라서 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걸 보겠다고 별렀던 준기는 쏟아지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하프타임 때부터 그만 잠에 떨어졌다.
연우는 눈을 빛내며 끝까지 흥미있게 봤다.
신자유주의자들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던 영국 탄광노동자들의 투쟁.
치열하고 힘든 투쟁 과정에서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오직 산업의 수단으로만 보는 정치인과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인간을 수단으로 대우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우하라"라고 일갈한 칸트의 절규가 생각난다.
가장 영국적인 뮤지컬이라 생각해 선택했던 공연. 직접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열렬한 박수와 함께 공연이 끝나고 잠이 깬 준기는 공연을 다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다.
3시간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
유럽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강행군인 셈.
숙소에 돌아와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짐을 재구성했다.
긴 옷을 모두 한 배낭에 모았다.
런던 체류를 위해 200파운드를 준비했는데 많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다행히 동전 몇 개가 남았다.
“런던이 점점 마음에 드는데 벌써 떠나야 하다니 아쉬워 아빠!”
“언제 런던에 다시 올거야 아빠?”
“왜? 힘들지 않았어? 영국이 점점 맘에 드니?”
“그럼! 옥스퍼드도 켐브리지도 또 호그와트 학교도 못가봤잖아!”
“언젠가 다시 올거야. 다시 와야할 이유가 많이 있으니까”
가자! 빌리 엘리엇 공연보러.....
관람 예의상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는데, 극장 안이 아주 품위있고 멋있어서 찍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인증 사진 한장은 남겨야겠기에 아이폰으로 공연 시작 전에 인증사진 한장 찍고...
너무 지친 나머지 하프 타임 때 잠들어 버린 준기.
나중에 런던에 와서 다시 봐야겠다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