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째) 런던 : 국회의사당과 빅벤, 그리고 칼레의 시민
웨스트민스터 지하철 역을 나오자 다리 건너 런던아이(London Eye)가 보였다.
런던아이를 보자 인도에서 찍은 타지마할이 생각이 나서 런던아이들 돌리는 사진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연우랑 준기가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았다.
국회의사당은 템즈강에 바로 붙어 있어서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건물이다.
빠른 물살을 보니 건물이 곧 씻겨나갈 것만 같다.
왜 이런 아슬아슬한 곳에 의사당을 지었을까?
따가운 햇살을 피해 의사당 뒤편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그늘을 찾아 들어갔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 광장에는 뙤약볕 아래에서 텐트를 친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티벳의 해방을, 이라크에 평화를 이런 구호를 적은 깃발들이 보인다.
경찰 한사람이 가서 뭐라고 얘길 하더니 그냥 간다.
경찰 하나 보이지 않는 농성장이라니 참 부럽다.
하긴 시위 군중들이 어린애들도 아니니까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하겠지.
헉! 그런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문을 닫았다.
안내판을 보니 평일날은 오후 3:30분이면 관람 끝.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아깝게도 오후 4시가 넘었다.
“다음에 와서 보지 뭐”
밀레니엄 브리지, 옥스퍼드, 그리니치, 스톤헨지...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한 많은 곳을 생각하며 영국에 다시 와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원한 잔디밭 그늘에 기어 들어가 벌렁 누웠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점점이 떠 다니는 평화로운 풍경.
외국 여행을 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냥 우리동네 공원에 누워 있는 것 같은 느낌.
옆에 있는 노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와서 먹고 그냥 누워 있었다. 기분이 참 좋다.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알미늄 돗자리 생각이 간절하다.
40여분을 노닥거리다 햇살이 점점 그늘을 좁혀와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템즈강변을 따라 걸었다.
강변을 따라 벤치가 줄 지어 있고 벤치마다 런더너들이 강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화롭고 따뜻한 풍경. 우리도 거기 동참하려고 빈 벤치를 찾아 슬슬 걸어 올라갔다.
의사당 내부는 관람객 방문 시간이 끝나서 구경할 수 없었고 마당에 서 있는 올리버 크롬웰의 동상이 보였다.
왕들이 볼 때 마다 섬뜩했을 저 인물을 의회 마당에 만들어 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문득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동상 하나, 그 유명한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의사당 옆 빅토리아 타워 가든에 서 있었다.
이런 유명한 작품이 그냥 이렇게??? 너무 평범한 장소에 있어서 그냥 지나칠 뻔 했다.
타워가든 잔디밭에는 축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강변에는 벤치를 죽 늘어놔서 앉아서 강을 바라보며 노닥거리기 좋았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들.
우리가 유럽에 있긴 있는 거지? 왜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이 별로 나지 않을까?
벤치에 앉아 템즈강을 바라본다. 아름드리 나무가 만드는 그늘에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기분 좋다.
템즈 강변의 런던 아이. 한바퀴 도는데 30분이 걸린다는 관람차
오늘 같이 더운 날은 통조림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템즈 강변에 있는 국회의사당.
외관 하나만으로도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국가의 힘은 이런 전통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회의사당 뒤로 돌아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는 중
웨스트민스터 사원 길 건너편 광장에는 이렇게 장기 시위자들의 텐트가 널려있다.
잔디밭에 텐트에서 시위라....오지랍이 넓어 세계 각국의 모든 이슈가 런던에서 시위 소재가 된다.
텐트를 보니 야영하고 싶다. ^^
웨스트민스터 사원. 의외로 밝은 색이라 건물이 아름다워 보인다.
너무 늦게 도착해 관람 불가로 허탈.
더위에 지친 우리는 많은 런더너들이 그러하듯 웨스트민스터 사원 잔디밭에 드러누웠다.
심심해서 찍어 본 사진. 정말 가을하늘처럼 상큼하다. 더위만 아니라면....
노틀담 사원과 비슷한 외부 모습.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나와 다시 국회의사당 건물 근처를 지나갑니다. 빅벤도 보이고...종소리가 정말 웅장하고 멋있었다.
영국 역사상 유일했던 공화정을 열었던 올리버 크롬웰의 동상.
찰스 1세의 목을 자르고 호국경에 취임해 전횡을 휘둘렀다고 하지만
그는 유럽 최강의 해운국인 네덜란드의 제해권을 무너뜨리고 대서양을 지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 뒤가 거의 같은 모습을 한 국회의사당.
천년동안 영국을 지배해 온 국회의 전통은 영국의 상징이자 민주주의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로댕 작품, 칼레의 시민. 이게 진품일까? 12개까지는 진품으로 인정한다는 청동상이라는데....
100년 전쟁 당시 1년간 영국군에 저항했던 칼레가 결국 영국에 항복하자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저항에 대한 보복으로 도시의 지도자 6명의 목숨을 요구했는데
시민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지도자 6명이 자발적으로 죽음을 짊어졌고 왕비의 간청으로 다들 살게 되었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라는 이야기.
이 6명을 형상화한 로뎅의 작품.
하지만 나는 칼레 시민들의 어리석음과 용렬함을 비판하고 싶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저런 생각이 무려 100년이 넘는 동안 영국군이 프랑스 전역을 유린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그 6명을 죽이려면 우리 모두를 죽여야 할 것이다”라는 그런 용감함이 없는 프랑스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조각이다.
1년 이상이나 끈 지긋지긋한 전투에 신물이 났을 에드워드 3세는 이런 프랑스인들의 나약함을 비웃으며 마음껏 프랑스를 유린했던 것은 아닐까?
아, 집에 가고 싶군.
외국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비행기를 보니 문득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템즈강의 유람선. 강이 제법 거칠다.
템즈 강변을 바라보는 벤치. 그 뒤에 세월의 그늘을 만들어 주는 플라타나스들.
강변 공원에는 축구를 하는 사람, 누워서 책을 읽는 사람 등등...시원해서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