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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유럽연수(2007년)

스트라스부르 가는 길

by 연우아빠. 2008. 1. 15.
2007.12.9 일요일.
시간을 일분일초라도 헛되이 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길을 나섭니다.
지금은 프랑스 땅이 된 스트라스부르를 찾아서..


우리가 머물렀던 한국인 민박집이 있던 마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S-bahn을 타고 다섯정거장을 가면 에쉬본(Eschborn)입니다.
그냥 작고 아담한 마을이고요.
심양에서 온 중국동포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입니다.
겨울 비수기라서 텅 비어 있더군요.


독일에서 머문 5일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햇빛입니다.
벽 색깔이 튀지 않고 높은 건물이 없어서 눈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마을에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 시간표인데 시간 정말 정확하게 지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별로 할일이 없어서 동네 한바퀴 그냥 돌아봅니다.
유럽연수 취지에 맞춰 현지적응을 철저히 하려고 했는데 현지사무실에서 숙박비 때문에 한국인민박을 잡아 놓아서 좀 섭섭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것이랑 별반 차이를 못느끼는 상황
젊은 중국동포 부부는 음식솜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김치를 정말 맛있게 담그더군요. 부모님 고향을 물어 봤더니 조부모님이 전북 장수라고 하더군요.
'재중 동포시네요.'라고 말했더니 '조선족'이라는 말보다 훨씬 좋다고 하시더군요.


오늘은 프랑스 속의 독일, 스트라스부르 찾아갑니다.
거기 쁘띠 프랑스(작은 프랑스)가 아주 예쁘다고 하네요.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우리나라 같이 음식을 팔고 하는 휴게소는 유럽에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화장실 정도 있는게 전부라네요.
잠시 주차해 놓고 도시락을 먹든지, 볼일을 보는 곳.
12월에 초록색이라니 믿어지질 않습니다.


켈(Kehl)을 거쳐서 스트라스부르로 가는데 겨울철에 독일에서 이런 하늘을 만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바깥쪽 나무.
잔디가 초록색입니다. 단풍과 초록색 잔디....


이 나라는 겨울에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나무가 잘 자란다고 합니다.
대신 나무들이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아서 바람이 불면 잘 넘어진다고 하네요.


켈을 지나 라인강 국경다리(Pont de l'Europe, Europabrücke)를 넘어 프랑스 땅으로 넘어 갔습니다.
남북분단을 겪고 있는 나라라서 이 광경이 너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프랑스 땅에 주차해 놓고 다시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 보았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자전거를 타고 두 나라 국경을 왔다갔다 합니다.


라인강 국경다리(Pont de l'Europe, Europabrücke)를 건너면 옛 국경검문소가 있고 그 뒤쪽에 있는 건물(Rue Kentzinger)입니다.


국경 검문소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하늘에서 경비행기 한대가 날아 갑니다.


국경검문소 앞에 스트라스부르 안내지도가 있습니다.


저 붉은 표시가 프랑스와 독일 국경 표시입니다.
아무 제지없이 국경을 맘대로 오가는 곳. EU통합은 이렇게 현실이었습니다.
아래로 라인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라인강은 생각보다 훨씬 작은 강이더군요.


라인강 위에 놓인 철교. 빙하가 녹은 물 때문에 1년 내내 이렇게 많은 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다니는 배는 없었습니다.


자전거 도로 표시. 국경을 넘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더군요.

* 스트라스부르와 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
학교에서 배웠던 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 극우 왕당파 도데가 쓴 소설인데 우리나라에는 어이없게 둔갑하여 교과서에 등장했다.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 제3제국의 황제 나폴레옹 3세(루이 나폴레옹)가 퇴위하고 프로이센은 독일 제1제국을 선포했다.
그리고 독일령이었다가 프랑스 땅이 됐었던 알자스-로렌 지방은 다시 독일영토가 되었다.

이 역사적 상황에 격분한 알퐁소 도데는 31살 때인 1871년에 마지막 수업을 발표했는데, 오랜 프랑스 지배에서 해방된 알자스 역사에 대한
역사 왜곡이자 2005년에 문제가 된 ‘요코 이야기’만큼 당사자에게는 웃기는 내용이다.
독일계 아이인 프란츠가 프랑스어 선생인 아벨에게 프랑스어를 잊지 말도록 교육받는 내용인데 프란츠 선생은 알자스가 독일령으로 편입된다는
신호인 나팔수의 나팔소리를 듣자 칠판에 '프랑스만세!'라고 쓴다.

이 이야기는 패망해 쫒겨 가는 일본어 선생님 사사키가 한국인인 철수에게 일본어(국어)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마지막 수업을 하며
칠판에 ‘대일본제국만세!’라고 써 놓은 거나 마찬가지 이야기란 개그가 이 소설의 골자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개념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프랑스판 요코이야기를 가르친 거다.
일본은 1970년에 이 소설의 문제점을 교사들이 지적해 문부성에서 삭제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1989년에야 교과서에서 빠졌다.
너무 오래 가르친 얘기라서 식상하다는 얘기라서 그랬단다.

아무튼 지금도 스트라스부르 사람들은 파리에 가는 것을 "프랑스에 다녀온다"라고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