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날 갓바위와 경산 구경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를 한 처지라 투표일인 4월13일은 경산 나들이나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일기예보는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라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 밖이 컴컴하다.
창문을 열었더니 역시나 비가 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을 먹고 선본사로 향했다.
선거일이라 그런지 선본사라는 절 이름이 선거본부사무소의 준말처럼 느껴지는 건 사바세계의 생각이겠지?
팔공산 중턱 쯤에 올라오니 아랫동네와 달리 비가 잦아 들었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꽃 풍경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잠시 세워 사진을 찍었다.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갓바위는 평소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비바람 치는 날이 사람이 별로 없겠거니 하고 일부러 올라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잘 생긴 일주문을 만났다.
선본사 유리광전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선본사는 갓바위 부처님 때문인지
비바람이 치는 날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정상 가까이 올라가자 비바람과 안개가 더 심해졌다.
마침내 그 영험한 갓바위 부처님 앞에 다다랐다.
가만 가만 헤아려 보니 계단이 824개나 된다.
제대로 다 셌는지 모르겠지만 내려갈 때 무릎이 많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비바람을 무릅쓰고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절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나도 올해 고3인 딸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빌었다.
비바람이 심했지만 우산을 내려 놓고 진심으로 빌고 빌었다.
갓바위 부처님은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고 하시니까.....
팔공산에서 다시 내려 오는 길
꼭대기는 많은 비가 오고 있지만 중턱은 신기하게도 비가 그닥 많이 오지 않았다.
온통 하얀 사과꽃과 붉은 복사꽃을 보니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산 중턱에 과수원이 마치 꽃밭처럼 화려하다.
경산 시내로 내려와 자인계정숲으로 갔다.
경산 시내 곳곳에 자인계정숲 안내표지가 있어서 궁금했는데 드디어 가본다.
함양 상림공원처럼 옛날부터 사람들이 나무를 심어 가꾸어 놓은 숲이다.
이 숲을 중심으로 야외 공연장 같은 시설물들이 있고 공원 안쪽에는 산책로가 아름답다.
이 지역을 거쳐간 조선시대 고을 수령들을 위한 각종 비석이 서 있다.
그 가운데 벼슬을 하지 않고 이 지역 사람들에게 많은 은덕을 베푼 처사의 공덕을
기리는 비석이 두개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원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한장군 묘
경남 마산에 있는 장장군 묘처럼 누구의 묘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전해오기로는 한씨 성을 가진 용사가 자기 누이와 함께 신라 또는 고려시대에 이 지역을 습격한 왜구들을
토벌했다고 한다. 영남대학교에서 이 무덤을 발굴하여 사람의 인골과 유물을 수습해 박물관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는 지역 수호신처럼 매년 이 무덤에 제사를 지낸다.
경산은 삼국시대 초기 경주에 있던 신라를 압박했던 압독국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넓은 농경지와 수많은 저수지는 이 지역이 옛날부터 농업을 기반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지역이었음을 증명한다.
지금은 영남지역의 제조업 중심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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