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중앙성원(2015. 5.24.)
12시가 넘은 시간,
운현궁에서 가까운 냉면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 게 어떻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준기는 이태원 이슬람 성원 근처에 가서 색다른 음식을 찾아보자고 한다.
전철을 타고 이태원 역으로 갔다.
다리에 힘을 키우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는 내려가는 것만 타고, 올라갈 때는 모두 계단으로만 다녔더니 조금 피곤했다.
이태원 역에 내려서 이슬람 중앙성원 자리를 확인한 뒤 길을 올라갔다.
파샤(Pasha)라는 음식점이 보였는데 <할랄>이라는 표시가 보였다.
그리고 유럽여행 중에 여러번 맛보았던 케밥이 보였다.
이 집에 들어가 먹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주문과 계산을 먼저 하고 자리를 잡으러 들어가는 특이한 시스템으로 운영을 한다.
안에는 자리가 몇개 되지 않아 13명 정도 앉을 자리가 있을 뿐.
계산서를 보니 상호는 (주)아나톨리아, 대표자는 알리라고 되어 있다.
우리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주문과 받고,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이 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는 듯.
'파샤'라는 왠지 페르시아를 지칭하는 한자어 파사와 닮은 듯하여 서빙을 하는 터키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파샤'는 터키를 뜻하는 옛날 말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터키 공화국 초대 대통령 케말 퍄샤에도 쓰인 저 파샤는 페르시아의 영어식 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홀 안에 우리 집에 걸려 있는 이 기념품과 똑 같은 그림이 보여서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나자르 본주' 액운을 막는 <시선의 유리구슬>이라고 한다.
나는 구운 닭이 주 메뉴인 음식을 주문했고, 준기는 양고기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맛있었다. 향신료와 음식은 매우 잘 어울렸고 양고기와 닭고기 모두 부드럽고 맛있었다.
음식을 남김없이 비우고 나오는데 주방에서 "맛이 어때요?"하고 물어본다.
"너무 너무 맛있어요. 혹시 터키에 가도 이 음식을 맛볼 수 있나요?' 라고 물었더니
"여기 메뉴는 모두 터키 전통음식입니다. 물론이죠."라고 대답한다.
엄지를 치켜 주고 밖으로 나와 중앙성원으로 가는 언덕길을 찾았다.
잠시 길을 착각해 반대쪽으로 건너왔는데 길 건너편을 보니 온통 이국적인 음식점이다.
특히 왼쪽 아래 케밥을 파는 가게 앞에서 재미있는 쇼맨쉽을 보여주는 터키 아이스크림 판매자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언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저 멀리 이슬람 모스크의 미나레트가 보인다.
이 거리는 대부분 무슬림과 관계 있는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엣날에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입니다. 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알라가 하나님이라는 개신교식 명칭으로 바뀌어서 낯설었다.
입구 오른쪽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성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더니 문제없다고 하면서
아들과 나에게 각각 시원한 얼음물 한 병씩 선물로 준다. 순간 당황했다.
그들의 친절함에 입구에 들어서서 한글 안내판을 들여다 보았다.
여기 금지 사항만 어기지 않으면 무슬림 성원을 구경하러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성원 왼쪽으로 화살표가 있어서 따라 갔더니 무슬림들이 천막을 치고 가득히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왠지 들어가면 안될 것 같다 다시 내려와서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바로 모스크가 보이는 마당이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을 계단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건너편에 있는 이쪽으로 모이게 안내한다.
그리고 또 시원한 캔 음료를 한개씩 마시라고 준다.(이거 너무 미안한데....)
나중에 사연을 알아 보니
오늘은 무슬림 신자들만 모아서 가르침을 전하는 <이스테마>일이라고 한다.
이스테마는 1년에 3번 있는데, 이 날만은 무슬림이 아닌 사람은 성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올해는 5월23~25일이 이스테마 기간이며, 이 날이 지나면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저 계단 위 모스크 입구에서
모스크 안쪽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내부 구경을 할 수 없어서 몹시 아쉬웠지만 서울에서 무슬림의 세계를 구경하는 경험을 했으니 그리 나쁘진 않다.
되돌아 내려오면서 성원 입구에 있는 기하학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를 촬영했다.
청화색 도자기는 중앙아시아에서 수입한 안료를 써서 만든 조선 청화백자에서도 볼 수 있다.
다시 아까 보았던 케밥집 앞에서 터키식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를 파는 곳으로 왔다.
온갖 현란한 손재주로 재미있게 돈두르마를 담아서 파는 터키 사람이 신기해 많은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가만히 보니 손님의 나이에 따라 보여주는 묘기가 다르다.
준기와 나도 한개씩 바닐라, 멜론, 딸기, 초코가 섞인 돈두르마를 샀다.
찰기가 강한 듯 아이스크림을 퍼 담는 도구에 매달아 놓아도 떨어지지 않아 순간 깜짝 놀랐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은 로마에서 맛 보았던 젤라또를 연상하게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종교시설마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우리 이웃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 양식을 조금 맛보고 온 하루가 산뜻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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