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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출장 야영...낙안민속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7. 8. 31.

멀고 먼 낙안민속 자연휴양림

2007.8.27~8.28(1박2일)


낙안민속휴양림과 순천 가는 길

국립자연휴양림 일주를 목표로 시작한 여행이 어느덧 반환점에 가까이 왔다. 미천골 야영이 잡혀있던 지난주 초, 회사에서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자 조사보고 계획이 떨어졌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국을 코스별로 1명씩 담당자를 정해 조사하기로 했다. 팀원들에게 우선권을 맡겼더니 각자 맘에 드는 코스를 골라잡고 나에게는 가장 먼 전라남도와 광주를 가라고 한다. 일정은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야영의 유혹....이미 16군데를 갔다 왔으니 낙안민속과 천관산휴양림이 출장 코스 사이에 있음을 알고 25일과 26일 다유네 야영모임과 연결해 혼자 야영을 해보리라 생각했다.


순천 낙안민속자연휴양림 야영장. 야영객은 오직 저 한명.


낙안민속 휴양림과 천관산 휴양림은 너무 멀리 있는 관계로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는데 출장을 가면서 도시에서 숙박하지 않고 야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아내는 “니 미�나?” 하는 반응이다. “니, 내가 미�는거 몰랐디라?” 하는 웃음을 날리고 미천골 야영모임에 갔다 왔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서 야영장비를 내리지도 못하고 잠을 청했다. 27일 아침 아이들은 개학이라 학교에 보내고 대충 내려야 할 짐을 정리하고 3일치 쌀과 마른 반찬만 보충해 광주로 내려갔다. 10시에 출발했는데도 차가 엄청나게 많이 밀렸다. 게다가 날씨가 아주 요상하다. 10분가다 폭우가 쏟아지고 10분가다 파랗게 맑은 하늘이다. 터널을 하나 지나면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보이면서 앞을 가리는 폭우가 쏟아지고 다시 터널을 지나면 맑은 곳이다. 마치 여우비 같기도 하고 도대체 정신이 없다. 이런 상태의 날씨가 광주 근처까지 계속 이어졌다. 날씨가 미쳤나보다.


휴양림 샤워장(세면장). 냉수만 나옵니다.



휴양림 샤워장(내부)


과속을 거듭해 약속시간에 맞춰 광주에 도착해 일을 보고 나니 오후 5시 30분, 저녁 먹고 가라는 동료들과 선배들이 잡는다. “순천에 약속이 있다”고 나서려는데 “순천에 연고도 없는 사람이 무슨 약속이냐?”고 속아주려고 하질 않는다. 순천에 근무하고 있는 선배를 핑계대고 낙안민속 휴양림으로 향했다. 하늘은 너무나 파랗다, 저녁놀이 지기 직전 사선으로 깔리기 시작하는 빛은 케니지의 연주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데 이때 정서적으로 가장 여유로움을 느낀다. 낙안민속 휴양림까지 100km, 해지기 전에 도착해 텐트를 치려고 케니지의 감미로운 선율과 달리 자동차를 달리는 나의 맘은 급하다. 상사호, 주암호를 돌아볼 여유도 느끼지 못하고 송광사, 선암사, 낙안민속마을은 도로 표지만으로 아쉬움을 날리며 길을 재촉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58번 지방도로를 들어서니 땅거미가 낮선 남도의 길을 조금씩 조금씩 삼킨다. 한국 문학사의 큰 획을 그은 조정래 선생님. 그분의 이름을 딴 길이 휴양림을 향해가는 내리막길이다. 하늘은 넘어간 해를 받아 환하게 빛나는 구름이 어둠속에서 빛을 발하고 땅에서는 산아래 넓은 논을 배경으로 아담하게 자리잡은 마을의 불빛이 마음 급한 나그네의 눈을 사로잡는다.




야영장 취사장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친절하고 잘 생긴 낙안민속자연휴양림 직원은 서울에서 출장 내려와 야영을 하려고 한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전국 국립자연휴양림을 일주하는 것을 여행재미로 하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야영장에는 한명도 없단다. 야영장 시설배치를 설명해주고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한다. 휴양림이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숲이 울창하지 못하다면서 그래도 샤워시설이나 취사시설은 전국 어느 휴양림에 뒤지지 않는다고 하신다. 오늘 밤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비를 대비하라는 충고도 함께....


여름에는 물놀이장으로 쓰는 곳


야영장으로 가보니 정말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이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의지해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만들었다. 혼자서 하려니 왠지 두려움도 밀려오고 서두르다가 침낭을 계곡으로 떨어뜨려 어두운 밤에 주워 오느라 고생했다. 마을에서 가까워서 인지 사람들이 밤에도 자주 찾아오고 58번 도로를 통해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자주 들려 별로 조용하지는 않은 휴양림 같다. 계곡에는 물이 거의 없어서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씻기 위해 샤워장에 들어서니 과연 웬만한 목욕탕 부럽지 않게 타일로 잘 만들어 놓았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휴양림을 감싸고 있는 금전산 위에 별이 초롱초롱하다. 미천골 야영(430km)과 연이은 광주출장(278km)과 순천 이동(98km)으로 피곤이 밀려온다. 낮선 곳에서 혼자 야영한다는 두려움으로 긴장이 엄습했지만 자리를 깔고 누우니 어느새 꿈나라가 나를 부른다.

새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나를 깨웠다. 오전 6시, 텐트 밖으로 나오니 산책 나온 사람들 몇이 있고 조용하다. 금전산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밤새 이슬이 내렸는지 플라이와 바닥이 촉촉하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은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휴양림을 둘러보려고 천천히 산책길을 나섰다. 야영장 위에는 취사장도 다른 휴양림과 사뭇 다른 분위기이고 노천 물놀이장(어린이 전용)이 있다. 위로 올라가니 잔디광장과 다른 휴양림과 전혀 다른 숲속의집과 휴양관이 서있다. 누군가 “언덕위에 하얀 집”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지은 것이 아닌가 싶다. 우탁아빠 말처럼 휴양관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건축자재는 전부 사용한 듯한 복잡한 외관을 하고 있다. 천천히 위로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주변을 둘러싼 먼 산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서쪽 하늘에는 무지개가 보인다. 아마도 보성 쪽은 비가 왔나보다. 카메라로 담긴 했지만 역시 눈으로 본 자연의 신비가 10%도 전달되지 않을 것 같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여서 얼른 내려와 텐트를 걷고 밥을 지어서 아침을 먹었다. 혼자 먹는 밥은 영 아니다. 평소보다 1.5배는 더 먹은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었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아침 9시, 휴양림을 나와 순천 쪽으로 길을 잡았다.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가 곳곳에 깔린 이곳에서 공무로 가는 출장길은 정말 참기 힘든 고문이다. 9시 반쯤 순천시내에 도착해 오후 2시까지 업무를 보고 나서려니 선배가 “순천만은 꼭 보고 가”하며 웃는다. 일을 끝내고 나서니 비로소 2번 국도가 온통 아름다운 배롱나무 꽃으로 휩싸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순천만 입구에 순천만자연생태관이 있고 금년 9월말을 완공목표로 잡고 천문대를 짓고 있었다. 순천만갯벌습지보호지역 간판이 있는 입구에 차를 대고 제방에 올라가는데 뭔가 잽싸게 지나가는 물체가 있어서 보니 작은 게다. 나를 보더니 가던 길을 멈추고 방어자세를 취한다. 녀석 사진을 찍고 탐방로를 따라 가는데 정말 장관이다. 초록 갈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도저히 전체를 다 돌 시간이 안될 것 같아 용산전망대까지 가는 길을 택했다. 뜨거운 햇빛, 무더운 습기, 그리고 먹구름이 그 습기를 더해 땀이 비오듯한다. 우산이라도 쓰고 가야 할 것을 혼자 다니니 정신적 여유가 없어졌나보다. 옆에 가던 아저씨가 우산을 꺼내 쓰는 것을 보고도 그냥 카메라만 들고 그 뙤약볕을 걸어 갔다. 사람이 손대지 않으니 순천만은 온통 생명의 놀이터다. 온갖 종류의 게가 살아 움직이고, 망둥어(?)도 뛴다. 뻘을 내려다보니 온통 구멍이고 그 구멍 속에는 생명체들이 들락날락한다. 새들도 풍부한 먹이 탓인지 여기저기 사냥이 한창이다. 공장의 폐수냄새가 없고 화공약품 냄새가 나지 않는 그야말로 생명이 넘치는 갯벌은 장관이다.

뙤약볕에 머리는 뜨겁고, 작은 배낭을 가져가지 않은 탓에 물도 챙겨가지 못하고 그늘도 없다. 얼른 용산전망대까지만 다녀오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용산까지 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데 옷이 온통 땀이다. 군 훈련소에서 한여름에 흘린 땀 말고는 태어나서 가장 땀을 많이 흘린 날일게다. 1시간 넘게 왕복을 하고 돌아와 얼음과자 하나 사서 물고 더위를 식히며 해지기 전에 천관산 휴양림을 찾아 길을 재촉했다.



낙안온천에서 내려다 본 백이산 방향 마을
어젯밤에 마치 별천지처럼 보였던 아름다운 마을


낙안온천에서 본 마을


 
순천만 탐방로, 용산 전망대까지 왕복 4.6km


순천만 탐방로 입구, 다리 아래에 샛강을 오가는 유람선


갯벌 생물의 천국 순천만




용산전망대 가는 길(갯벌 탐방로)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