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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태풍속에서 두번째 야영을...검마산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7. 7. 16.

태풍 속에서 두 번째 야영-검마산자연휴양림   2007.7.14~7.15(1박2일)

친절한, 너무나도 친절한 검마산 휴양림

우여곡절 많은 출발전

12년전 2박3일간 설악산 종주를 하며 비를 참 많이 맞았고, 지난 6월 청옥산에서 처음 야영을 하던 날도 100밀리 정도 내린 빗속에서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1박2일 동안 겪을 것은 거의 다 겪었다”라는 오만방자(?)한 제목으로 후기를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바람이 한수 가르쳐 준다. 삘 받은 다유네 2차 야영지가 검마산으로 정해졌다. 나는 신났지만 준기맘은 청옥산에서 고생했던 일 때문에 반응이 별로였고 연우와 준기는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한달동안 나 혼자 방방 떠다니니는 모습이 안됐던지 가족들 반응이 조금씩 나아졌다. 야영 1주일을 앞두고 몸이 찌뿌드드해서 뒷산에 올라 1시간 정도 트래킹을 하고, 산속 체력단련장에서 웨이트 기구들을 좀 만지고 내려왔다.


검마산자연휴양림 가는 길, 영양 수비에서

그날 저녁 치간 칫솔질을 하다가 잇몸을 잘못 건드렸는지 월요일 아침 오른쪽 얼굴이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갑자기 몸통과 횡경막 쪽에 경직반응이 왔다. 담이 들린 것이다. 허리를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얼굴은 점점 심하게 부어왔고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퇴근 종치면 병원에 바로 가려고 했는데 5시부터 갑자기 일이 밀려든다. 결국 병원에 가지 못하고 그날 밤 고열에 시달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도저히 회사에 갈 수가 없다. 얼굴은 아수라백작인지 헐크인지 좌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결국 하루 휴가를 내고 내친 김에 평소 상태가 좋지 않았던 오른손 집게손가락, 어깨, 무릎까지 뢴트겐 사진을 찍었다. 약을 지어주면서 의사선생님이 뢴트겐 사진으로는 이상이 보이지 않는데 약을 1주일 먹어보고 나서 차도가 없으면 MRI를 찍어보자고 한다. 곧이어 치과에 갔더니 잇몸수술을 해야 한단다. 고통스런 수술을 하면서 내 머릿속에는 “이러다 야영 못가는 것 아냐?” 하는 생각뿐이다.


태풍을 피해 우리 텐트에 날아온 나방, 호랑나비만한 크기.

다행히 약을 먹으면서 수요일부터 얼굴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는데 태풍온다는 소식이다. 일단 동생네 집에 놀러간다는 생각으로 내려가서 날씨를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금요일 오후에 치과 병원에 가서 바로 퇴근을 하니 7시에 산본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준기맘이 이제 포기했는지 짐 싸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 영주에 도착하니 9시 20분, 아버지를 동생네에 내려드리고 바로 검마산 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한달만에 만난 사촌 남매들이 신이나서 논다.


태풍예보와 함께 검마산으로

토요일 새벽, 공기가 맑은 시골이라 그런지 눈이 저절로 떠진다. 새벽 5시. 하지만 체력회복을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8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상예보를 확인하니 바람이 심하게 불고 저녁에는 비가 온 다음 갠다고 한다. 영주에서는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햇볕이 나기 시작했다. 기온이 급하게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11시, 동생네 집에서 나와 검마산으로 출발했다. 장마철이라 숲은 온통 빽빽한 초록색이고, 호젓한 시골길에는 다니는 자동차도 거의 없다. 현동에서 수비면까지 들어왔는데 하늘에 옅은 구름과 함께 간간히 해가 보인다. 수비를 지나 검마산 가까이 오니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그리고 안개처럼 비가 날리기 시작했다. 준기맘에게는 “비가 오면 철수하지 뭐” 이러고 출발했지만 비 온다고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검마산에 도착하니 비보다는 바람이 심했다.


친절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셨니껴?

명성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친절함의 수준이 소문 이상이다. 교육이나 학습이 아니라 원래 타고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비단결 같은 천성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주는 친절이다. 입장 때부터 우리를 환하게 반겨주신다. 야영데크 위를 깨끗하게 청소해 두셨고, 젖은 데크 위에 비닐을 덮고 그 위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셨다. 모여서 저녁 먹을 수 있도록 천막도 쳐 놓으셨고... 비바람이 불어서 비가 더 오기 전에 텐트를 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텐트를 꺼냈는데 준기맘이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직원 네 분이 오셔서 1야영장에 텐트치는 것을 도와주셨다. 아니 쳐주셨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달새님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마나님 마중하러 나가셔서 계시지 않았다.

텐트를 치고, 주은 아빠랑 통화를 하고 1야영장이 좋을지 2야영장이 좋을지 다녀봤다. 1야영장은 짐을 싣고 내리기는 좋은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골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었다. 주차장과 바로 붙어 있어서 밤새 오가는 사람들에게 시달릴 것 같기도 하고, 화장실과 세면장 가는 것이 좀 불편하다. 낮은 곳에 있어서 혹시 비가 많이와서 계곡물이 불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결국 2야영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준비해 두신 여러분께 미안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더 오기 전에 옮기는게 좋겠다... 주은아빠도 그게 좋겠다고 하고... 그때 나윤맘님 가족이 도착했다. 나윤맘님네 텐트치기 전에 옮겨서 다행이다. 잠시후 달새님이 오셔서 인사를 나누고 해달뫼님도 인사를 나눴다. 해달뫼님이 남자인 줄 알았다가 아담하신 여자 분이라 놀랬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 ~ 나타나는 검마산 직원들이 나오셔서 텐트를 통째로 들고 2야영장 쪽으로 옮겨 주셨다. 텐트 들고 이사해 보기는 처음이다. 장비를 동원해 데크 10개를 모두 깨끗하게 정리해 주시고 텐트를 칠 수 있는 바닥용 비닐까지 준비해 주셨다. 이건 고객감동이 아니라 고객을 신도로 만드는 수준이다. ^^ 대충 정리를 끝내고 나윤네 가족을 도와 텐트를 쳤다. 야영 한번 먼저 해 본 주제지만 처음 치는 분들 도와야지 어쩌겠어 하면서...



일요일 아침,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란색

데크 위에 비닐을 깔고 텐트를 설치하고 바로 플라이를 씌웠다. 줄 묶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 팩을 박아 고정시키고... 시간이 제법 걸렸다. 역시 텐트는 플라이 치는 게 제일 어렵다. 우리집 노마드 텐트는 플라이 치고 나서 팩을 박는 곳이 2군데 밖에 없기 때문에 좀 편하긴 하다. 늦은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고 바비큐 통 준비하고 준기맘은 텐트 안에서 잠에 들었다. 갑상선이 좋지 않아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날씨가 좋아져야 그나마 괜찮을텐데... 

다른 사람들 기다리며 준기와 사슴 구경도 하고 비바람 구경을 했다. 차례대로 도착하는 사람들을 도와 텐트를 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비바람을 맞으며 텐트를 친 때문에 추위를 많이 느꼈는데 지혜맘께서 숯불을 피워 놓자고 하신다. 다른 사람들이 숯을 가져온다고 했으니 먼저 온 사람들 숯을 꺼내 불을 붙였다. 대부분 가족들이 도착한 6시 30분쯤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비바람이 도무지 잦아들지 않는다. 결국 야외천막에서 저녁식사는 포기하고 목공예실로 옮겨 너구리를 잡았다. 다유네 식구들과 함께하면 늘 느끼는데 우리가 뭘 내놓을 틈이 없다. 술, 안주, 고기, 채소, 과일, 차까지 줄줄이 나온다. 특히 안동 종가집 며느리 같으신 지혜맘님은 정말 큰일을 많이 해 보신 분 같아 든든하다.


일요일 아침, 임도산책 중

이번 야영이 검마산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지혜맘님의 한마디가 단초가 된 것이냐.. 아니면 광민아빠가 가고 싶어서 지혜맘님의 기억을 되살려 놓으신 것이냐... 해결 못하겠다. 가져간 고기와 채소, 밑반찬을 내놓고 너구리 잡기에 동참했다. 술을 마시지는 못하지만 이번에 아직 시중에 시판되지 않는 금산 특산 홍삼주 한병을 가져가서 술이 좀 되셨을 때 내 놓았는데 맛을 기억이나 하실라나 모르겠다. 10시쯤 비는 그쳤다. 11시쯤 목공예실을 정리하고 탁자에 앉아 달새님이 주시는 맛있는 황차를 7잔이나 마셨다. 멋있는 달새님,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 참맛이 있는 것인데.... 부럽다... 지헤맘님을 도와 설거지를 대충 끝내고 자리를 옮겨 제2야영장 가족식탁에서 얘기를 계속하다가 잠을 자러 자리를 떴다.



연우와 준기, 말타기 한판


오줌이 마려워서 눈을 뜨니 밖이 환하다. 밖에 나가니 깜깜한 밤인데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해가 뜬 줄 알았다. 다시 눈을 붙이는데 계곡물 소리가 정말 크게 들린다. 다음에는 계곡에서 좀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치리라....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새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날이 밝은 모양이다. 어젯밤의 비바람이 언제 있었냐 싶게 하늘은 너무나 높고 파랗다. 하얀 솜사탕 같은 구름, 하늘을 찌르는 낙락장송... 이 세가지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부지런한 유진이네 식구들은 숲속 산책길에 나섰다. 툴툴 거리는 연우를 어르고 협박해서 숲속 길을 1시간 쯤 돌아 내려왔다. 다들 거의 아침 준비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우린 아침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유진네 가족 자리에 끼어 들어가 카레밥으로 아침을 먹고 산목련님이 주신 숭늉으로 입가심을 했다. 야영의 참맛을 하나하나 더 늘여 간다. 게다가 초복날 수박까지 마련해 오신 세심함에 감사를...



달새님 숲해설 도중에 앉아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는데 달새님 모습 넣어서 찍으려다 보니...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할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주은아빠가 우탁아빠의 비리(?)를 성토한다. 맘님들 최고 인기아빠의 비결이 남자들에겐 성토대상이다. ^^


**** 보통 아빠들과 우탁 아빠의 차이점 ****

마눌님이 뭘 시킬 때

보통 아빠들 반응,  "이거만 하면 돼?" (투덜투덜)
우탁이 아빠 반응,   "이거 말고 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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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유니맘, 우탁아빠 두분 손 잡고 산책가시는 모습, 청춘은 맘 속에 있는 것이더라.......라는 야그 되시겠다. ^^ 하나 둘 아빠들이 설거지꺼리를 들고 취사장에 집결하자 서로 바라보면서 웃었다. 마지막으로 주은아빠가 등장하자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아니, 우리의 마지막 보루 3학년까지 설거지꺼리를 들고 오다니!” ㅎㅎㅎ

달새님 따라 숲해설을 나섰는데 지금까지 15군데 휴양림 숲해설에서 느낄 수 없는 달새님표 숲해설을 맛깔스럽게 잘 들었다. 수백살 소나무들이 일제의 송진공출과 못살던 시절의 송진채취에 시달린 상처를 안고 꿋꿋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며 경외심을 느낀다. 숲해설 끝내고 야영장으로 돌아와 따가운 햇살에 침낭을 널어 말렸다. 본의 아니게 10미터를 돌아가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아이들은 물놀이 가고 나는 아내와 함께 아점잠을 자기로 했다. 잠결에 달새님이 가족사진 찍어 주러 오신 것을 들었으나 “잠이 부족해! 잠이 부족해!”하고 내쳐 잤다. 눈을 뜨니 남들은 점심먹고 있다. 라면을 끓이고 남은 밥을 말아서 점심을 해결하고 철수할 준비를 했다.


태풍 속에서 두번째 야영을 끝낸 다유네 사람들.

아쉬움을 남겨두고

어제 광민아빠가 “야영할 때 제일 심난한 게 뭔지 아세요? 철수하려고 텐트 접을 때랍니다.”라고 하시더니 정말 심난하다. 광민아빠가 도와주셔서 시간을 많이 줄였다.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일월산 간다고 하시는데 따라갈 자신이 없다. 모두들 출발하고 나서 제일 늦게 산을 나왔다. 친절한, 너무나도 친절한 검마산지기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영주로 나왔다. 자생화 공원에 내려 구경을 하면서 일월산을 바라보며 같이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연우는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더 있고 싶어서 징징 거린다. 정말 같이 가고 싶었나 보다. 다음 야영을 기약하며 돌아올 수 밖에...

연우야! 여행은 아쉬움을 조금씩 남겨둬야 다음에 또 갈 수 있는 거란다.


영양 일월산 자생화 공원, 여치, 메뚜기, 잠자리 엄청 많았습니다.


* 일요일처럼 빛의 콘트라스트가 심한 날은 도무지 디카로 노출을 맞추지 못하겠습니다. 자느라고 제대로 찍은 사진도 없고 그나마 찍은 사진은 노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쓸만한 게 없네요. 8월 넷째주 야영 기다려집니다.(이거 병이야, 병!)



야영정보

- 샤워장은 청옥산은 냉온수가 모두 나오고, 검마산은 얼음처럼 차가운 냉수만 나옵니다.
등산으로 지친 몸을 씻기에는 냉수가 좋다고 하네요. 물론 잠자기에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게 좋구요.

- 화장실은 검마산은 현대식이고 청옥산은 자연발효식입니다. 여자나 아이들에겐 검마산이 좋습니다.

- 라파엘 아빠 조언대로 비닐은 정말 쓸모 있는 소재였음. 텐트 하나 다 덮을 만한 크기로 하나 장만해 가지고 다니면 여러모로 응용 사용 할 수 있을 듯

- 물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곳에 텐트를 치는 것이 깊은 잠을 잘 수 있어 체력회복에 좋음

- 잎이 무성한 활엽수 아래에는 텐트치지 말 것, 거기 새들 놀이터임. 남의 놀이터에 들어가면 보복을 받게 됨

- 휴양림 오갈 때는 최단 또는 최적 코스를 피하고, 드라이브나 관람코스를 선택할 것.
   (예) 다유네처럼 동해안 드라이브나 계곡 탐방, 등산 등 다양한 여가활동 후에 휴양림에 들 것

- 비오는 날보다 바람 부는 날이 더 춥다. 맑은 날 보다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다.

- 가족들과 팀웍을 다져라. 짐 꾸리기가 빨라지고, 체력소모를 줄이고, 가족간 유대도 강화된다. 짐을 늦게 꾸리면 일월산 못 따라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 아이들은 겨울옷에 가까운 옷을 입혀야 한다. 특히 비바람이 부는 날 밤에는 동사하기 쉽다. 비옷을 반드시 입혀야 보온에 도움이 된다.

- 데크를 덮을 큰 비닐과 짐들을 비에 젖지 않게 싸둘 큰 비닐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텐트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큰 비닐도 차곡차곡 접으면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검마산에서 주신 비닐을 버리지 않고 잘 접어서 가져왔다.

영양 자생화공원 이모저모


영양 일월산 자락에 있는 자생화 공원 


잠자리(자생화 공원)



 
자생화 공원의 연못






영양이 배출한 한국 대표 문사이자 지사인 조지훈 선생님의 시비(승무)



꽃과 꿀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봐달라 안카능교.(하늘말나리 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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