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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다유네 사람들 정기모임_산음휴양림

by 연우아빠. 2007. 5. 1.

다유네 사람들 산음 정기모임  2007.4.28~4.29(1박2일)

산이 좋고 숲이 좋아 찾아 나서기 시작한 휴양림 여행.

작년 9월 마지막 날, 상린채린아빠께서 주선하신 오서산 정모에 참석하면서 또 다른 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던 산과 휴양림. 빌딩 숲, 아파트 숲, 자동차 소음, 생업에 종사하느라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고 새로운 배터리로 충전하는 것 같은 숲과 다유네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다유네 정기모임이 드디어 4.28일 산음으로 확정되고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그저 즐거웠습니다. 반가운 얼굴을 보기위해, 늦지 않으려고 서둘렀건만 출발은 늘 오전 10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나 6번 국도에 오르자 오른쪽에 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보석 같은 한강이 보입니다. 같은 한강이지만 여의도에서 보는 한강과 참 많이 다릅니다. 용문산 입구 대나무통밥집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 길을 잘못들어 341번 지방도로(말이 지방도로지 완전히 농로였습니다. 차 한 대가 경우 지나갈 정도)를 굽이굽이 타고 말치고개를 넘어 간신히 산음으로 올라가는 345번 길을 찾았습니다. 겨우 15분 지나왔는데 맞은 편에서 차라도 나타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하게 지난 탓인지 1시간은 된 것 같았습니다.



숲해설을 들으려고 모였습니다. 휴양관 앞

산음수련관에 도착하니 상린아빠, 은주네 그리고 처음 뵙는 가족 이렇게 먼저 와 계셨습니다. 2시에 휴양관 앞에 모여 숲 해설을 따라 나섰습니다. 준기는 숲 해설을 많이 해 본 까닭인지 숲 해설에는 관심 없고 일행보다 먼저 올라가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이제 함께 지내는 아버지께서는 시청에서 노인복지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6개월 과정의 “숲해설”을 듣고 계시는데 해설가 선생님께 자세하게 알아보시려고 메모준비를 해 오시고 계속 질문과 메모를 하십니다. 해설가 선생님께서 전공이 아닌 부분에서 가끔 틀린 얘기도 하셨지만 정말 친절하고 훌륭한 해설을 해 주셔서 많이 배웠습니다.(전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폴투갈에만 코르크 나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참나무 종류 껍질에서도 코르크를 채취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다른 수종끼리 연리지 상태가 된 나무도 봤는데 볼 때마다 신기하더군요. 40여명이 출발한 숲해설은 계곡을 계속 올라가면서 따라오는 사람이 줄어들더니 10명 정도만 남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다른 수종끼리 합쳐진 특이한 연리지 현상.
결혼하기 싶은 선남선녀들이 돌면 혼인이 성사된다는 나무입니다

산림보전과 무장공비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1960년대에 강제로 소개된 화전민 마을입구였던 곳에 자손의 번창을 비는 남근석이 아직 남아 있고 마지막 화전민이 땅이 없어서 모셔가지 못해 남겨놓은 조상의 무덤이 쓸쓸하게 길가에 누워있습니다. 그래도 후손이 명절 때마다 거기까지 찾아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산음에 살던 화전민들이 그 당시에 아주 잘 사는 축에 속했을 거라고 하십니다. 계곡이 깊어 수량도 풍부하고 화전을 일굴 수 있는 땅이 넓은 편이라고 하시면서 옛날 봉화 땅 보다는 훨씬 풍요로운 곳이라고 하시네요.


 
옛날 화전민 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남근석. 화전민은 사라지고 마을도 사라지고 이것만 남았습니다



외래종 민들레에 쫓겨 산음 깊은 산골까지 밀려난 재래종 민들레.
이 외에도 소나무, 잣나무가 참나무에 밀려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숲해설이 재미없었나 봅니다. 휴양림 11번째가 되니까 레파토리가 비슷해서 그런건지.
책으로 많이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어려서???



휴양관으로 내려와서 은주남매와 연우남매는 물장난 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날씨가 더울 때는 물장난이 최고

4시반쯤 다시 수련관으로 올라갔더니 반가운 가족들이 거의 다 도착을 했더군요. 오서산에서 본 은주아빠의 특별한 백열등 조명에 덧붙여 주은아빠는 렌턴을 2개 더 널어놓아서(줄어 늘어놓은 것은 널어놓은 것 맞죠?) 낙엽송이 앤트처럼 둘러서 있는 바비큐 터는 환상이었습니다. 먼저 휴양림의 화신(火神)인 은주아빠께서 숯에 불을 내리시고, 주은 아빠는 닭꼬치 50개로 아이들의 입과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실 저도 닭꼬치 무쟈게 좋아하는데 입맛 다셨습니다. 닭꼬치 - 소세지로 시작한 음식잔치는 유니맘이 한아름 안고 온 샐러드와 대형 포도주로 뒤를 잇고 재미있는 말의 성찬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땅에는 숯불이 머리위에는 조명등이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사이에 어우러진 사람들의 웃음은 “웰빙”이라는 단어로는 설명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아이들을 위해 화목을 조달하고 마른 나뭇가지로 불장난(?)을 맘대로 할 수 있었던 아이들에게 이날은 맘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숨겨놓은(?) 술들이 하나씩 하나씩 계속 등장하고 냉동실에서 급속히 차가워진 소주도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고, 덕분에 우리 집에서 1년간 낮잠자던 포도주도 이날 세상에 태어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 녀석은 스페인에서 건너온 이름없는 녀석인데 이렇게 분위기 좋은 낙엽송 가운데에서 산화했으니 아주 행복했을 겁니다. 비주류 가족들도 한가족씩 잠자리로 들때 슬며시 자리를 떴지만 남은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는 꿈결처럼 계속 들려 왔습니다.


 

또드락뚜드락, 산목련님이 준비한 신나는 손수건 물들이기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서 눈을 떴더니 아버지는 아침 산책을 가셨고 세수하고 임도를 산책하러 나섰더니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새들이 산벚나무 꽃비를 타고 날아다닙니다. 밤늦게까지 은주아빠가 만들어 주신 불쏘시개로 불장난 원없이 한 준기는 이불에 지도 그리는 일은 하지 않았더라고요. 이제 무슨말로 애들 불장난을 막아야 할지....^^  산책 갔다 와서 치우리라 생각하며 준기와 함께 임도를 잠깐 돌아보고 내려왔더니 그새 바비큐 장소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셨더군요. 정말 부지런한 다유네 아빠들입니다.

 
막대사탕 하나씩 물고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앤트들이 서 있는 것 같은 낙엽송 숲속에서


아침을 먹고 10시부터 아이들이 기대하던 산목련님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꽃과 나뭇잎을 조금씩 따서 숟가락 소리 요란한 삼각손수건 물들이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애들이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아빠들이 더 열심히 하고 있더라는 주객전도....(ㅎ|ㅎ) 덕분에 모두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손수건을 가졌습니다. 숟가락으로 밥먹고, 국 떠먹고, 감자는 긁어봤지만 손수건 물들이는 것은 첨 해봤습니다.^^


 
은주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 뭘까요?


 
함께 한 다유네 사람들과 기념촬영


11시30분, 하나 둘씩 귀가 길에 오르기 시작하고 행사를 주관한 상린아빠께서 열쇠를 모두 받아들고 반납하러 떠나시고 아내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 바비큐통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그런데 전날 저녁 때 김치를 몽땅 먹어버린 바람에 “만약에 김치가 없다면 무슨 맛으로 라면을 먹을까? ~ ~ ~”라는 정광태 노래를 생각하며 정말 심심한 김치 없는 라면을 먹었습니다. 라면을 먹고 제일 늦게 수련관을 나와서 산목련님네랑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에 구경을 갔습니다. 작년 2월에는 없었던 물고기 만져보기 체험장을 갔는데 사람들에게 시달린 물고기들이 화상과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물속에 누워 있는 애들도 있고 비늘이 많이 벗겨져 있어서 불쌍하더군요.

물고기 먹이를 사서 물반 고기반인 사육장에 뿌려주니 물고기들이 엄청 몰려옵니다. 이왕 막히는 길 두물머리에 가보자고 나섰더니 입구부터 엄청난 자동차 행렬에 질려 수종사로 방향을 틀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멀미를 심하게 하셨고, 같이 가던 산목련님네랑 얘기하고 결국 집으로 바로 돌아 왔습니다. 4시반 도착. 더위에 시달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 가족들을 먼저 집으로 올려 보내고 수리산에나 갔다오자고 저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1시간 반동안 부지런히 중턱을 돌아 내려오니 등산복은 땀에 젖고 몸은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누군가 후기를 올릴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찍어놓은 사진을 PC로 옮겼는데 이번에는 노는데 열중하느라 사진을 찍은 것이 별로 없네요. ^^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벌써 가을 정모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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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음에는 자작나무가 많습니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말안장을 장식하는 장니에 그려 놓은 것인데 자작나무껍질로 만들었습니다. 시베리아 토착민들은 자작나무를 타고 신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시베리아 샤먼들은 자작나무로 만든 모자를 쓰고 신을 부릅니다. 옛날 중국인들은 백두산, 불함산에 흰나무, 흰노루가 산다고 해서 신령스럽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흰나무가 바로 자작나무입니다.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