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

김예슬씨의 자퇴서를 읽고

by 연우아빠. 2010. 3. 11.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30만원쯤 하던 시절이었던가?
합격 통지서와 함께 거금 70만원짜리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 들었던 27년전.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올라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리라 기대했었던 것일까?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에서 봤던 킹슬리 교수 같은 교수와
책에 파묻혀 공부를 하며 밤을 새는 학생
그리고 그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그런 대학을 꿈꿨었다.

하지만 그 대학이란 것이 단지 요즘 말하는 껍데기 스펙 한가지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점따기 놀이, 그리고 머리 텅 빈 '교수'들, 그리고 토플과 고시공부 하는
학생들만 가득한 중앙도서관.
쿠바 보다도 열악한 교수 1인당 학생수

당시 MBC에서 '세계의대학' 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었는데
하버드에는 도서관에 장서만 250만권, 그런 도서관이 대학 구내에 11개.
하지만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중앙도서관 장서는 고작 10만권도 되지 않는다는 현실.

수업은 알맹이도 없고 시간강사로 채워져있고
4개월 한학기 수업은 이빨빠진 뭣처럼 엉성하게 휙 지나가 버렸다.
비싼 등록금, 부실한 커리큘럼, 한심한 교수들...

등록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사회가 대학졸업장을 원한다는 것만 아니라면
이 대학을 왜 다녀야 하는 지 그저 아까울 뿐이었다.

오늘 한학기에 4백만원도 넘는 거금을 등록금으로 받아 챙기는
대학이 아직도 26년전의 그 한심한 수준이라는 사실에
우리나라의 앞날이 그저 깜깜할 뿐이다.

결단을 내렸다는 학생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면서도
어린 나이에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내 아이들에게 곧 닥칠 이런 한심한 상황에 답답하다.

* 만 20세가 넘은 사람이 자퇴서를 냈더니 "부모동의서"를 받아와야 한다고?
우리가 바꿔야 할 세상이 너무 많구나.

관련글  http://blog.daum.net/peacenanum/5291273

'세상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터킨더님의 강연회에 다녀와서  (0) 2010.04.25
추노 마지막회와 무장저항권  (6) 2010.03.26
짜증 나는 MTB족  (0) 2010.02.14
양성평등을 위한 체험학습  (0) 2010.02.14
진리도 상대적인 것  (4) 201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