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여행

청태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by 연우아빠. 2008. 12. 28.

청태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2008.12.24~25


12월 24일 모두가 잠든 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만나러 숙소 밖으로 나왔습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들고 숙소로 들어오고 있는게 보이시나요?


12월25일 아침, 샤브샤브로 아침을 때우고...


1월달에는 잘 뒤집어 지더니 이제는 폼 잡고 잘 탑니다.


아침에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받아서 그저 즐거운 준기.


항상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청태산 휴양림


청태산에 네번이나 갔지만 임도를 완전히 한바퀴 돌아본 적이 없어서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눈이 많이 쌓여서 발이 푹푹 빠지는데 죽을 땀을 흘리며 걸었습니다.


눈쌓인 임도에서 나니아 연대기의 얼음왕국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산로가 참 많데요.


돌풍이 불자 나무에 쌓였던 눈이 은가루처럼 날립니다.


1시간 반만에 임도를 한바퀴 돌고 숲속교실 데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청태산 정상에 올라갈 일만 남았네요.
1월 1일 상린아빠께서 뽑힌 행사팀을 따라 한번 올라갈 생각입니다. 일출보러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네요.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가 눈썰매를 타 보고


룰루랄라 마냥 신난 준기


아! 아~~~아~~~아~!!! 눈밭에 타잔. 주구장창 패닝샷으로 계속 찍어 댑니다.


운동 신경이 발달한 연우는 날아 다닙니다.


람들이 별로 없어서 몇시간을 탑니다.


오후 3시에 생태안내소에 가서 열쇠고리 만들기를 하고


산에서 나는 재료로 예쁜 것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네요.


후다닥 한개 만들고 전시해 놓은 물건에 관심을 쏟는 준기



10월 마지막 주에 휴양림을 다녀온 뒤 무려 2개월 가까이 휴양림에 가지 않았다. 휴양림 예약도 건성으로 보다가 12월에 눈썰매 타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청태산을 뒤져보니 12월24일 은방울이 비어 있다. 잔디광장에 있는 방이라 썰매타기 편할 것 같아 잡아놓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니 좋다고 한다. 그러더니 준기가 산타할아버지가 못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한다. 연우는 재작년에 남해편백휴양림도 찾아오셨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한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공복시 혈당치가 처음으로 제한선을 넘었다는 판정도 받고 보니 숯불구이를 그만하고 다른 것으로 먹을거리를 찾아봐야겠다 싶은데 아내는 샤브샤브로 준비했단다.

연말에 있을 업무보고 초안 검토를 마쳐놓고 늦게라도 반차를 내겠다고 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4시30분. 청태산 가는 길이 얼마나 막힐까 걱정스럽다. 마침 상린아빠께서 전화를 주셨다. 가는 길을 걱정하시면서. 번개불에 콩궈먹듯이 나는 듯이 준비해서 출발한 시간은 4시50분. 6시가 되기 전에 용인을 통과해야 할텐데 걱정스럽게 교통상황안내로 전화를 하니 천만다행으로 고속도로 막히는 곳이 없단다. 앞뒤 잴 것도 없이 영동고속도로에 바로 올라가서 냅다 달렸다. 5시 30분쯤 해가 진다. 저녁을 먹고 휴양림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일단 새말에서 빠져나와 심순녀 안흥찐빵에 들러 찐빵 2상자를 사고 강림순대로 갔다. 늦어서 영업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문을 열어 놓으셨다. 준기가 “우리 또 왔어요”라고 넉살좋게 이야기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시더니 순대 2인분과 순대국 3인분을 시켰는데 순대 2인분을 엄청 많이 주셔서 결국 1인분은 싸가지고 휴양림으로 들어갔다.

휴양림은 올해 1월에 왔을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건물도 하나 더 들어섰고, 잔디광장에는 아무도 없고 썰렁한데다 무엇보다 방이 서늘하다. 예전에 그 뜨겁던 방바닥을 기대했던 준기엄마는 좀 실망한 듯. 하지만 이불을 깔아 놓으니 바닥이 기분좋게 따뜻하다. 이 정도가 적당하다. 아이들에게 일찍 자라고 하고 거실에서 가져간 노트북을 켰다. 업무보고 수정작업을 하고, 현지아빠께서 기다리는 인도 출장기를 정리하는데 위층에서 완전히 운동장처럼 뛴다. 무려 3시간이 넘었는데 체력도 좋다. 안내소에 연락해 좀 주의를 주시라고 부탁했는데 밤 11시가 넘어도 여전히 지치지 않고 쿵쾅거린다. 다시 안내소에 연락해 11시가 넘었으니 이젠 애들 좀 재우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는다. 우리아이들은 다들 잠들었다. 11시 반쯤 자려고 누웠다가 위층에서 계속 쿵쾅거려서 밖으로 나와 청태산의 눈 내린 밤풍경을 몇장 찍었다. 그 사이 산타할아버지가 연우와 준기 머리 맡에 선물을 두고 가셨다. 2006년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는 연우에게 10살이 넘은 아이는 산타가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주셔놓고는 연우가 자기도 어린이인데 너무한다고 계속 궁시렁 거리는 것을 들었는지 연우에게도 선물을 놓고 가신거다. 이건 규칙위반인데.

12시가 넘으니 위층이 잠들었는지 조용하다. 다시 잠을 청하는데 아침 6시가 되자 벌써 또 쿵쾅거린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지만 역시 휴양림답게 피곤하지는 않다. 연우와 준기가 7시쯤 일어나 혹시나 하고 산타 선물을 여기저기를 뒤지며 찾는다. 남해편백휴양림에서는 현관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가셨기 때문에 신발장 위를 먼저 찾았지만 허탕. 그러다가 잠든 머리 맡에 선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나 기뻐하는 두 녀석. 연우는 캐나다에서 보물찾기, 준기는 공룡세계에서 살아남기. 카드도 있었지만 두 녀석이 너무 자주 선물목록을 바꾸는 바람에 산타가 제대로 대처를 못했던 듯 입체카드 속에 메시지가 없다. 하지만 입체카드가 신기해서 그것으로 만족한 듯.

아내가 맛있게 준비한 육수를 붓고 새조개와 채끝살, 그리고 각종 채소를 넣어 맛있는 샤브샤브 요리로 아침을 먹었다. 역시 겨울에는 샤브샤브 요리가 별미다. 국수까지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러서 안되겠다. 아이들이 하나 둘 나오더니 썰매를 타기 시작하는데 바람이 장난 아니게 차갑다. 조금 타다가 다시 들어와 산타의 선물을 열심히 읽는다. 10시반쯤 스틱을 들고 그동안 한번도 돌아보지 못한 임도를 일주해보기로 했다. 눈이 많이 쌓여서 1시간 반쯤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아이들은 다시 썰매타러 나가고 나 혼자 임도를 돌아보러 나갔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끔 노루 발자욱은 있고 사람도 지난 주말에 몇사람이 지나간 듯 발자욱 위에 새로 내린 눈이 쌓였다. 푹푹 빠지는 발이 생각보다 힘들다. 2km쯤 걸었는데 너무 힘들다. 등에는 땀이 가득하다. 잠시 서서 쉬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이러다가 중간에서 힘이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잠시, 예상대로 1시간 반만인 12시에 숙소로 돌아왔다. 아내가 맛있게 끓인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먹고 퇴실을 했다. 청태산에서는 이제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담는 비닐봉지를 준다. 분리수거를 마치고 열쇠를 반납하고 다시 썰매장을 가서 아이들이 썰매타는 모습을 팬닝샷으로 찍어본다. 점심때가 되니 햇살이 따뜻해지고 사람들이 많이들 썰매장으로 모여든다. 썰매타기에 신이난 두 녀석은 별별 짓을 다하며 탄다. 준기는 썰매를 버리고 맨몸으로도 미끄러져보기도 하고.

썰매타기에 심드렁해질 무렵 생태안내소에서 3시부터 열쇠고리 만들기 공예를 하러갔다. 준기는 개구리 모양 만든다고 기발한 목공예품을 만들고 아버지와 우리가족이 모두 각자 하나씩 만들었다. 만들기를 마치고 거기를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 아주머니 두분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주머니는 다유네를 알고 계셨다. 정기모임을 청태산에서 했던 것도 기억하시고. 12월31일~1월1일 행사 때 행사참여자로 뽑히지 않았더라도 일출등산에 동참해도 된다고 한다. 전국 국립휴양림 일주를 한 이야기도 하고, 전국 휴양림이 다 특별히 좋은 점은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고 내가 말하니까 아주머니께서 작년에 남해편백휴양림 다녀온 이야기를 하신다. 우리 가족보다 1주일 뒤에 다녀오셨다. 산속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이야기도 하고, 과천을 떠나 둔내로 이사온 이야기도 하신다. 너무 건강하고 행복하단다. 역시 사람은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아야 신체가 건강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다음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옆에 매점을 보더니 연우와 준기는 과자 하나씩 사달라고 매달리고...과자 한봉지씩 사서 청태산을 떠났다. 어제 나들이객이 적어서 그랬는지 귀경길도 아주 수월하다. 1시간 반쯤 걸려서 6시에 집에 도착했다. 다음 주에 상린이네, 은주네, 유진이네를 청태산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입가에는 미소가 머문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힘. 그것은 바로 자연휴양림과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